2021년 06월 22일 조선비즈 번쩍배달·치타배달 경쟁에 ‘도로 위 무법자’ 된 라이더들

교통사고 피해자 전문 변호사 정경일 인터뷰 내용입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5시쯤 경기 용인에서 배달 기사(라이더)가 운전하던 오토바이가 차로를 급변경하면서 주행하던 승용차와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 운전자 A씨는 오토바이가 급하게 끼어드는 것을 보고 급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지만, 제때 서지 못했다.

A씨는 차간 주행을 하다가 급하게 끼어든 오토바이 운전자의 과실이라고 생각했지만, 경찰에게 “둘 다 과실이 있다”는 말을 듣고 당황했다. 앞차와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 소개된 이 사고 영상에는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안전거리를 확보하나’, ‘갑자기 오토바이가 끼어들었는데 쌍방 과실이라니 황당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1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음식배달 주문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오토바이 관련 사고와 교통법규 위반 건수가 지난해보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 건수는 15만3065건으로, 전년 동기 13만1771건에 비해 2만건 넘게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신호 위반이 3만3444건, 중앙선 침범 3719건, 안전 운전 불이행 1698건이었다.

교통법규 위반과 사고가 증가하고 있지만, 배달 기사들은 업체들이 배달 시간을 더욱 줄일 것을 요구해 무리하게 운행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최근 배달 앱 시장은 본격적으로 속도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시장 후발주자로 나선 쿠팡이츠가 빠른 배달 서비스인 ‘치타배달’로 치고 나가자, 업계 선두 배달의민족은 ‘번쩍배달’로 맞불을 놨다. 2위권 업체인 요기요도 ‘익스프레스’를 선보이는 등 업계의 빠른 배달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남성 배달 라이더 B씨는 “코로나 사태 1년이 지났지만, 배달 시간을 줄이라는 압박은 더욱 심해진 상황”이라며 “무리하게 차선 끼어들기를 하고 속도를 내다 보니 가벼운 접촉사고 정도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기사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경력 5년차 기준으로 라이더가 한 시간에 처리하는 건수는 3~4건”이라며 “한 건에 10~15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인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L&L) 대표변호사는 “배달 수요 증가로 오토바이 사고가 늘어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승용차 운전자들이 많다”며 “현행법상 오토바이와 접촉사고가 발생해도 일정 부분 승용차에도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아 승용차 운전자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한 배달업계 종사자는 “경찰이 곡예 운전, 과속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배달 기사들이 자정 노력에 나서도 배달 앱 업체들의 속도 경쟁이 계속되면 오토바이 사고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배달 앱 업체들이 암묵적으로 불법 오토바이 주행을 방조하고 있는 셈”이라며 “정부가 이들 업체의 무분별한 속도 경쟁에 대해 적절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정 기자 mjkim@chosunbiz.com]

[송복규 기자 bgs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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