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유발 뒤 금전 요구’...주취자 노린 택시 기사, 황당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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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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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운전·히터로 온도 높여 구토 유발
구토 하면 ‘문 교체’ 비용 50만원 요구
‘신종 돋 뜯기 수법’ 동료에게 권유도

일부 택시 운전자들이 술집이 몰려있는 번화가와 대학가에서 주취자를 태운 뒤 구토를 유발하게 하고, 뒤처리 명목으로 금전 배상을 요구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술에 취한 승객이 탑승하면 히터로 실내 온도를 높인 뒤 난폭운전을 해 속을 불편하게 만드는 식이다.

그래픽=손민균

서울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신모(62)씨와 권모(63)씨는 최근 동료 택시기사 A씨로부터 황당한 권유를 받았다.

A씨는 이들에게 “주취자를 태운 뒤 구토를 유발하게 해 차량 복구 비용으로 5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50만원은 구토로 인한 냄새 제거 등 청소 비용과 영업손실 비용을 A씨가 산정한 금액이다. 심지어 A씨는 유리창·문틈 사이에 이물질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차량 문 교체 비용도 내야 한다며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승객을 압박했다고 한다.

택시운송 사업 운송약관에 따르면 택시 내 구토를 하거나 차량을 오염시킬 경우 최대 15만원 내에서 세차 비용과 영업손실 비용을 운전자와 승객이 협의한다. 다만 실내 차문 손잡이나 창문 버튼 등의 틈새로 이물질이 투입되면 문을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A씨는 이 점을 악용해 운송약관의 비용 15만원이 아닌 50만원을 산정했다. 그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알리며 적극적으로 권유했다고 한다. A씨는 젊은층이 주로 찾는 신촌이나 관악구와 같은 장소를 특정해주기도 했다.

택시 업계는 최근 택시요금이 오르면서 택시를 타는 승객들이 줄자, A씨가 ‘꼼수’를 부린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택시별로 수입은 천차만별이지만, 요금 인상으로 승객이 줄어 유류세와 차량 보험금을 제외하면 10시간 내내 운전해도 남는 돈은 1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법조계에서는 승객 과실이 아닐 경우라면 굳이 운전자가 요구한 금액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법무법인 엘앤엘 대표변호사는 “택시운송사업 운송약관은 택시 기사와 승객이 서로 확인해야 효력이 있고 15만원의 비용도 의무는 아니다”며 “승객이 고의로 구토하거나 오물을 투척하면 형법상 재물손괴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운전자)과실로 구토하거나 음식물을 쏟은 경우엔 처벌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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