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한' 음주운전 감경 사유 보니…합의해서, 보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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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5.29. 오후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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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월요일 술에 잔뜩 취한 운전자가 몰던 외제차가 노동자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피해자는 모두가 잠든 캄캄한 새벽까지 공사장에서 일을 하며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끊이질 않자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윤창호법도 만들었는데,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음주 사건마저 징역 8년에 그치고 있습니다.

법이 가해자에게 관대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뭔지, 서준석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5일 전 일어난 사건의 피해 유가족은 '음주 운전이 한 가정을 짓밟았다'고 말합니다.

[유가족 : 정말 가정을 화목하게 이끄시려고 그렇게 밤늦게까지 일하셨고… 성실하신 분이셨어요, 가족들을 위해서…]

처벌이 강화됐지만 비슷한 사건은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만취한 운전자가 치킨을 배달하던 가장을 덮친 '을왕리 벤츠 사건' 엄마를 기다리던 6세 아이를 덮친 음주 운전까지.

전문가들은 '감경 사유가 지나치게 많다'고 말합니다.

특히 감경요소 중에는 '종합보험' 가입 여부가 포함돼 있습니다.

운전자 대부분이 보험에 가입한 걸 감안하면, 대부분의 가해자가 감경 받을 수 있는 요건을 채운 겁니다.

[정경일/변호사 : 감경요소로 고려할 것이 아니라 가입안 한 사람을 가중(처벌)요소로 고려하는 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감경 사유에는 '진지한 반성'도 있는데 이때 피해자와의 합의가 근거가 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되레 피해자를 더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해 11월 음주운전 사고로 한국에 유학보낸 딸을 잃은 대만의 부모 쩡칭후이와 스위칭씨.

이들은 최근에 집을 떠나 있어야 했습니다.

운전자 측이 대만까지 찾아와 합의를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유가족이 "절대 합의는 없다" 수 차례 밝혔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스위칭·쩡칭후이/고 쩡이린 씨 부모 : 운전자 쪽에서 찾아올 때마다 우리는 슬프고 또 무서웠습니다. 운전자 측은 그저 판사로부터 동정심을 받고자 우리를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강력한 처벌'입니다.

윤창호법 이후 무기징역까지 선고 가능하지만, 최근 판결은 '8년형'에 멈춰있습니다.

대만 유학생을 친 음주 운전자도 8년을 받았고, 엄마를 기다리던 6세 아이를 숨지게 한 음주 운전자도 8년을 받았습니다.

법원의 선고가 8년에 멈춘 것은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권고 형량이 5년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음주 운전 처벌 경력 등 가중처벌 요인이 있어야 3년이 추가됩니다.

유가족들은 이러한 기계적인 법 적용은 '가해자를 위한 법'이라고 말합니다.

[스위칭·쩡칭후이/고 쩡이린 씨 부모 : 음주 운전자가 처음에 강한 처벌을 받았다면, 또다시 2번, 3번 음주 운전을 하진 않았을 겁니다. 그랬다면 내 딸은 여전히 살아있었을 겁니다.]

서준석 기자 (seo.junsuk@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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