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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보면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 오전 7시20분 현재 54만30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3일 시작된 이 청원은 이튿날인 4일 답변 기준 20만명을 훌쩍 넘겼고, 전날 5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지난달 8일 오후 3시15분 어머니의 호흡이 너무 옅고 통증이 심해 응급실로 가기 위해 사설 구급차를 불렀다”며 “병원으로 가던 중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선 변경을 하다 영업용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했다”고 운을 뗐다.
청원인은 “구급차기사가 택시기사에게 ‘응급환자가 있으니 병원에 모셔다드리고 사건을 해결해드리겠다’고 했으나 택시기사는 사건 처리를 먼저 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구급차기사가 재차 설득했으나 택시기사는 반말로 ‘환자는 내가 119를 불러서 병원으로 보내면 돼’,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라고도 했다고 한다. 택시기사는 또 구급차 뒷문을 열고 환자의 사진도 찍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청원인은 “말다툼이 대략 10분간 이어졌고 그 사이 다른 구급차가 도착해 어머니를 모셨지만 어머니는 무더운 날씨 탓에 쇼크를 받아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태였다”며 “우여곡절 끝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어머니는 눈을 뜨지 못하고 단 5시간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밝혔다. 그는 “(택시기사의) 처벌을 기다리고 있지만 죄목은 업무방해죄밖에 없다고 하는데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날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무너질 것 같다”며 “긴급자동차를 막는 일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된다, 소중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고 간청했다.
청원인을 올린 김모(46)씨는 이후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씨의 모친(80)은 폐암 4기 환자였다고 한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머니가 지난 3년간 치료받는 동안 이렇게 갑자기 건강히 악화한 적은 없었다”며 “사고 당일도 처음에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아서 119가 아닌 사설 구급차를 불렀는데, 택시기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문제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해당 청원과 유튜브에 사고 순간을 담은 구급차 블랙박스 영상도 올렸다. 이 영상 밑에는 ‘택시기사는 자신의 말대로 꼭 책임지길’, ‘분통이 터진다’ 같은 댓글이 잇따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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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택시기사에게 적용될 수 있는 혐의에 대해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당시 10여분만 일찍 도착했더라면 살릴 수 있었는데, (택시기사로 인해) 시간이 지체돼 환자가 숨졌다는 내용이 의사를 통해 입증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골든타임’을 놓쳐서 사망한 거라면 택시기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교통사고 전문 정경일 변호사는 “사망 원인과 택시기사 행위의 인과관계가 입증되더라도 현재로서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에 과실치사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사진=유튜브,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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